2019년 생애 최초 ‘남미여행기’ 1편 산티아고의 첫인상

* 해당 내용들은 필자가 2019년 남미 여행 중 있었던 다양한 경험을 통한 자기반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고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2019년 필자는 그토록 동경하던 ‘남미’ 여행을 실현하게 되었다. 그동안 책과 영상속으로만 보면서 마냥 부럽기만 했던 남미 대륙 여행은 생각보다 아주 쉽고 우연속에 이루어지게 되었다. 생명에 대한 안전을 담보하지 않으면 남미로의 여행은 아프리카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절대 안하겠다는 신념이 있던 나에게 남미 현지인과의 인연은 이 여행을 가능케한 거의 모든 것이었다.

필자는 당시 호주요리유학을 결심하고 있던 차였고 그 준비과정속에서 알게된 남미 현지인과의 관계가 발전해 여행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남미여행을 시작하기전의 설렘은 온통 여행계획으로 치환되었고 결국 비행기티켓을 끊고 남미로 날아가게 된다.

비행시간만 순수 24시간이라는 살인적인 비행스케쥴이다. 피곤하다고는 전혀 생각도 안들정도로 긴장과 기대감으로 향한 남미. 남미중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윤택하다는 칠레 산티아고 국제공항. 첫 느낌은 어수선하고 불안한 치안에 대한 걱정이 주를 이루었지만 볼리비아 페루를 떠올리게 하는 남미 인디오 느낌의 얼굴들보다는 유럽이민자들의 모양새가 더 많이 눈에 띄어 다소 놀랐던 것도 기억이 난다.

산티아고까지 마중나온 내 지인과 택시가 아닌 버스를 타고 서에서 동으로 산티아고를 처음으로 관통해 보았다. 풍경은 1980년대 대한민국을 지나 2020년의 대한민국으로 이동하는 묘한 기분을 체험했다.

실제로 산티아고는 서에서 동으로 갈 수록 경제적인 소득의 하위 중위 상위 계급들의 거주지였고 산티아고의 동쪽에서 나고 자란 중상층의 사람들은 죽을 때 까지 서쪽에 위치한 빈민가 등으로 갈 일이 없고 가지도 않고 만남과 교류도 없다고 한다.

산티아고는 안데스산맥이 도시를 감싸안은 분지의 형태로 겨울철 스모그는 우리 생각이상으로 심각하고 해발2000m도 우리국토 중 제주도 한라산이 전부인 한국에서 온 나에게 안데스산맥의 만년설을 수도 산티아고에서 쉽게 어디를 둘러봐도 볼 수 있다는건 다소 놀라웠다. 지리적인 스케일이나 감각이 한국에서 나고 자라 배운 나에게는 가장 흥미로운 파트였다.

산티아고에서의 첫날밤은 센트로 버스터미널이 있는 이비스호텔이었다. 긴장감의 연속과 동양인의 외모를 보는 산티아고 시민들의 눈빛에 잔뜩 위축이 되어 손쓸도리도 없이 주눅든 마음은 달랠 길이 없었다. 나의 어수선한 기분을 풀어주려고 현지 친구는 외식과 음악 술을 권했지만 정말 아주 조금의 힘도 없을정도로 묘한 기분에 당일 호텔에서의 휴식을 결정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친구는 바로 친구들과의 외식과 더불어 새벽까지 이어지는 파티를 즐기다 호텔로 돌아왔다.

나는 남미 여행을 하기 전 절대로 밤에 나가지 말고 해가지면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라는 아주 황당한 거짓말들을 여행기라고 풀어낸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혼자 스스로 저녁 8시 넘으면 무조건 귀가, 나가지 말 것을 머리에 세팅하고 온 사람이라 그랬는지 친구의 새벽귀가가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고 왜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사는걸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순전히 나만의 착각인 것이고 칠레 산티아고의 치안은 불안하긴 하지만 그게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그런 범죄가 아니라 생계형 소매치기 등이 빈번하다는 것인데 내 물건도 카페에서 방심하면 사라지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지 밤에 나가면 목숨이 위태로운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니라는 걸 직접 깨달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럼에도 절대 저녁늦게 다니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치안이 불안한 빈민가에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산티아고를 기준으로 저녁문화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번화가를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귀가를 할 때에는 반드시 우버를 이용하도록 한다. 혹은 자차 아니면 같이 어울리는 사람 중 차를 이용하는 사람과 같이 어울리고 집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강구해 두는게 좋다. 그게 안된다면 당연히 일찍 귀가하고 약속을 잡지 않는걸 철칙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좋다.

절대 오해해서는 안되는건 산티아고 부에노스아이레스와 같은 수도권 대도시는 관광지이면서 실제 현지인들의 생활권이라 위험성이 더 높지만 정말 순수 관광을 위해 이동하는 중소규모의 도시들은 오히려 치안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앞서도 1980년의 대한민국과 2022년의 대한민국이 한 도시에 있다고 했듯이 역시 한나라를 관통해서도 동일하다. 어떤 시골지역은 전화를 하면서 걸어다녀도 문제가 없고 사람들은 얼마나 친절한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관광객에게 개방적이다.

나도 그랬고 아마 대부분 남미를 경험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막연히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로 남미 여행을 꺼리고 있고 고려조차 하지 않는것으로 안다. 하지만 세계의 절경 비경이라 할만한 곳들도 분명히 있고 내가 무수히 많이 느꼈지만 한번 사는 인생이라 많은 것을 경험하고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다면 실제하지 않는 공포를 극복하고 세상 밖으로 나와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종종 볼 수 있었던 히치하이킹을 하는 사람들. 이 곳 남미 일부 지역은 교통이 정말 열악하기에 하나의 문화처럼 이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행을 오는 분들은 절대 이런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위험천만한 히치하이킹을 절대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어차피 다 네이버블로그 참고해서 여행계획을 세울거고 동행도 다 한국인으로 짝이 맞추어져서 이동하기에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종종 계속 전해듣는 이런 단순한 여행 스타일때문에 벌어지는 비극들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기에 하는 당부의 말이다.

* 앞으로 계속 남미여행기를 연재할 것이고 관련 내용들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에 기반한 것임을 거듭밝혀둔다. 이유는 하나다. 요즘 우리나라에 만연한 스스로 편집하고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만 가지고 확대해석하는 이상한 문화가 만연해 있는 탓에 노파심이 계속 생기기 때문이다. 필자가 겪은 체험담에서 본인들이 보고싶은 부분만 발췌해서 재가공이 이루어지고 또 그걸 접한 제3의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로 큰 낭패를 보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