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배우는 법 물에 대한 두려움만 극복하면 쉽다

죽기 전 까지 무조건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던게 피아노 수영 그리고 테니스 승마였다. 피아노는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죽기전까지 못 배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 피아노를 배우기위해 동네 교습소라도 가야 하는데 나이 찬 성인이 가서 배우기가 참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성인 교습반도 분명 있으니 이건 나의 게으름 탓일뿐이다. 수영도 비슷했는데 일단 수영복은 입지만 상당히 많은 나의 맨살을 노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미루고 미뤄왔다. 그러다가 싱가폴 여행을 하게되면서 부득이 먼저 이틀을 싱가폴 호텔에서 일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투어도 같이 해야겠고 해서 호텔 수영장에서 꽤 오랜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사람도 거의 없고 풀을 이용하는 사람도 없길래 어떻게든 수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물에 들어갔는데 정말 헉 할정도로 공포스러웠고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참 한심스러운 경험을 했다. 그렇게 물밖에서 다른 사람들 수영하는걸 지켜봤는데 한명도 수영다운 수영을 하는 사람은 없었고 잠깐 몸만담그거나 사진만 찍고 이동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60은 넘은 배불뚝이 할아버지 한분이 넉넉한 트렁크 수영복을 입고 멋드러지게 다이빙으로 물에 입수해서는 왕복 자유형으로 계속 도는데 참으로 멋져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내가 이번 여행 이후 한국에 가면 무조건 수영을 배운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

수영강습 등록하기

수영장은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이상 생각보다 강습받기가 쉽지 않다. 물론 지방 중소도시에도 수영을 배울 수 있는 지자체 운영 시립 혹은 도립 체육센터가 있는데 이게 대학 수강신청 못지 않게 경쟁률이 치열하다는걸 이때 깨달았다. 수영강습이 시작되기 전 일정기간에 선착순으로 강습반을 선택하고 결제까지 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인구 30-40만 소도시에서 이런 수영센터가 1-2개밖에 되지 않으니 수강등록을 하는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 기존에 배우던 회원들이 연속으로 재등록 하는걸 우선하기에 신규로 강습등록 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나도 정말 믿기지 않지만 해당 월은 강습등록에 실패했다. 하지만 의지가 상당했었기에 그 다음달에는 철저하게 준비했고 초급반 강습등록에 성공했다. 강습은 사설 수영센터에서도 할 수 있는데 가격도 2배정도 차이가 났기에 처음 배우는거니 언제 그만둘지 모르고 일단 가성비로 승부하자는 마음이었다. 이게 결국 처음에는 좋았지만 나중에는 독이되었다. 이유는 마지막에

물 공포증을 극복하자

수영복도 새로 샀는데 남자의 경우 삼각은 가능한데 트렁크는 불가능이었고 여성은 당연히 비키니는 금지였다. 한반에는 대략 15명정도가 참여하는데 처음에는 대충 20명정도로 시작했던거 같다. 수업은 1주일에 3회였고 20명이 정원이면 사정상 못나오는 사람 등록해보고 첫날 나오고는 취소하는 사람 등등 해서 매일 수업할 때 적으면 10명 많으면 15명정도가 참여했다. 초급반은 물에 뜨는것부터 시작인데 나는 정말 물에 뜨지를 못했다. 이게 설명이 안되는데 발장구 치는 것부터 배우고 난 뒤 수영장 레인 한쪽 벽을 손가락으로만 잡고 뜨는거였는데 난 그게 되지 않았다. 발장구를 조금 치다 발이 땅에 닿아서 그대로 서버리는 일이 일주일 내내 반복되었다. 강사가 설명을 해주는데 물이 겁이났던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던건지 물에 뜰 수 없었다. 그렇게 물에 뜨지 못하는 사람이 나를 포함 나이지긋한 아저씨 2분 그리고 아주머니 한분이 있었다.

나는 무조건 자유형을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게 목표였기에 수영강습이 있는 날 1시간 전에 가서 연습을 하고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남아서 연습을 계속 했다. 그렇게 물에 뜨던 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물론 벽을 잡고) 엉덩이와 허리에 힘을 바짝 주고 물장구를 치지 않고도 가만히 몸을 들어올리던 그 날이 내 수영강습 중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다. 같이 못뜨던 아저씨들한테도 내가 뜬 요령을 설명해주는데 맘처럼 쉽게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은근히 경쟁관계였던 실력 최하위권 그룹인 그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내가 물에 뜨게 된 날 이후 그 다음 강습부터 나오지 않았다.

머리와 허리를 의식하자

물에 뜨기 시작하니 이제부터 자유형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었다. 물론 킥판을 잡고 손동작만 발동작 숨쉬기 동작을 하나하나 배웠지만 몸이 물에 뜨고 물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면 자유형을 되게 쉽게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자유형은 가장 쉬운 영법같지만 나중에 가면 가장 어려운 영법이라는걸 깨닫게 된다.

자유형에 대해서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겼지만, 여전히 숨쉬기가 어렵고 박자를 놓쳐 물을 먹는일도 많았다. 하지만 한달정도 강습을 받은 이후 킥판 없이 25m 레인을 편도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거의 대부분의 수강생이 한달이면 자유형을 킥판 없이 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는게 평균이었다. 그 중에서 자세가 좀 더 잘 나오고 하는 차이가 있지만 수업 진도는 어렵지 않게 나갈 수 있었다. 특히 수영에서 제일 중요한건 균형인데 그 균형은 머리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항상 머리는 물과 평행하게 들어가게 해야 하고 숨을 쉴 때도 일직선이 되는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게 관건이었다. 이게 아무리 의식을 해도 쉽지 않은데 머리와 동시에 허리에도 힘을 주어야 몸이 적절하게 뜨는것을 유지할 수 있기에 처음에는 수영이 뭐 간단하네? 하는 생각하다가도 너무 어렵다 너무 힘들다 라는 겸손한 생각으로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은 배울수 록 점점 겸손해지는건가 싶었다.

배영은 얼마나 물에 잘 누워줄 수 있는지가 관건

자유형 이후 배영은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배울 수 있었는데, 일단 배영의 기본은 물에서 정말 시원하게 일직선으로 누워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자유형까지 같이 했던 분들 중 유독 배영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는데 물에 빠질까 걱정해서 제대로 몸을 물에 눕히고 머리를 하늘 천장을 보도록 하지 못해서였다. 머리는 정말 이거 물에 빠지는거 아니야 ? 싶을 정도로 뒤로 젖힌다고 생각해야지 그렇지 않고 자꾸 눈으로 내가 출발한 레인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면 십중팔구 물에 빠지거나 다리가 바닥에 닿아 일어서게 된다. 배영의 기본은 그대로 하늘을 볼 정도로 누워주어야 한다는 거다. 이걸 의식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물에 뜨고 물장구를 조금만 차도 쉽게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팔동작까지 추가하면 배영도 정말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영법이다.

수영강습 최대의 적 친목질

두달째면 자유형을 다 배우고 연습까지 하면서 배영과 평영까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이제 3달째 접어들면 초급반에서 중급반으로 반 이동을 하게 되는데, 시간은 초급반이랑 같지만 레인이 옆 레인으로 이동하게 되는거였다. 새로 초급반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이전에 나랑 같은 초급에 있던 사람 중 여전히 초급에 있는 사람도 있고 같이 중급으로 넘어온 사람도 있었다. 중급 다음은 상급이고 상급 다음은 마스터반인데 강사는 있지만 가장 오래된 사람 혹은 연장자가 반장처럼 스스로 영법을 구사하는거였다. 암튼 초급부터 마스터까지 안면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친목질이 시작되는데 나이도 있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니 떡볶이에 아이스크림 먹는게 아니라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술과 고기를 먹는 일이 생긴다. 다들 들어봤겠지만 시간 많은 아줌마들이 수영강사들에게 선물공세를 하는것도 실제 벌어지는 일이었다. 이게 시작되는건 고급반정도 부터인데 중급반에서는 평영과 접영 기초정도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이 때 부터 친목질의 싹이 트기 시작하는데 원치 않는 회식자리 강요나 선물을 위한 회비 수영장 연습 시 출발 순서를 정하는 등의 여러가지 불편한 일들이 시작된다. 이건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라고 들었고 어떤 시간대이건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이라고 알고 있다. 평영은 정말 가장 쉬운 영법이고 (제대로 하느냐는 다른 문제) 접영이 가장 힘든 영법이었다. 오리발을 끼고 하면 오리발이 차는 힘으로 어렵지 않게 손동작도 할 수 있었지만, 오리발을 빼면 타이밍을 완전히 잃어서 몸은 물 밖으로 나왔지만 손동작은 따라오지 않는 등 몸과 마음이 계속 따로 놀면서 수영에 대한 흥미를 차츰 잃어가던 때였다. 대부분 여기서 힘들어 하는데 친목질이 시작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같이 어울려서 수영 이야기도 나누고 강사에게 좀 더 어필해서 뭔가 특별한 지도를 받아보고 싶어한다거나 하는 등이 핑계가 되어 강습 외 사적인 모임이 자주 벌어지게 된다.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는 접영을 오리발 없이도 어느정도 흉내나 낼 수 있는 정도 되었을 때 친목질강요도 짜증나고 해서 지금 그만두면 접영은 당분간 다 잃어버리게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4개월 동안 배운 수영 강습을 마무리하게되었다. 호텔수영장에서 멋지게 자유형을 구사하시던 할아버지에게 감명받아 죽기전에 꼭 배우고 싶었던 수영을 잘 배울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마무리가 좀 아쉬웠지만 언제든 다시 가서 배울 수 있다는 자신도 있고 여행을 가기 전 항상 호텔 수영장 이용이 가능한지도 찾아본다. 또 수영장에서 자유형 배영 접영 등을 하면 스스로도 아주 만족스럽게 호텔을 이용한다는 착각도 든다. 아 그리고 접영을 배우는 시점이 되면 다이빙도 약간 과외형식으로 배우기 시작하고, 레인에서 턴 하는법도 배워서 자유형으로 25m 레인을 쉬지 않고 왕복할 수 있도록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의외로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 제대로 된 영법을 구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도 내가 수영강습을 받고 수영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많은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거다. 그리고 이 수영이라는걸 할 수 있고 없고는 자신감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대부분 여행지에서 만나는 한국분들은 수영장에 오면 쭈삣쭈삣 하다가 사진 몇장 찍고 돌아가는데 아마 수영도 못하는데 수영장에 오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는것 같다. 나도 과거에 그랬었기도 했고 이해는 하는데 실제로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진짜 할 수 있는 사람은 한두명도 안되니 자유형만이라도 배워서 맘껏 즐기기를 바란다.